홈으로_본원소개_칼럼

'좋은 콜레스테롤' HDL, 약으로 못 올린다…혈관 지키는 방법은?
혈액 내 콜레스테롤이 과다하면 심혈관질환 위험이 커진다고 많은 사람이 알고 있다. 하지만 콜레스테롤이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콜레스테롤은 전신의 세포막을 구성하고, 혈관 벽을 보호하며, 적혈구 수명을 유지하는 등 생명 활동에 필수적인 물질이다.
따라서 '나쁜' 콜레스테롤인 ldl 콜레스테롤은 낮게, '좋은' 콜레스테롤인 hdl 콜레스테롤은 높게 유지하는 것이 콜레스테롤 수치 관리의 핵심이다. 하지만 hdl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이는 것은 쉽지 않다.
이에 이상지질혈증은 무엇인지, ldl·hdl 콜레스테롤이 신체 내에서 각각 어떤 역할을 하는지, 그리고 hdl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이는 식단과 생활 습관은 무엇인지 내분비내과 조용인 교수(인하대학교병원)와 함께 살펴본다.
콜레스테롤, ldl vs hdl 무엇이 다를까
콜레스테롤은 우리 몸의 기름 성분인 '지질' 중 하나다. 흔히 콜레스테롤을 혈관을 막는 기름 덩어리로만 생각하기 쉽지만,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성분이다.
조용인 교수는 "콜레스테롤은 우리 몸을 구성하는 세포막의 재료가 되고, 남성·여성 호르몬의 원료가 된다"며 "또한, 소화를 돕는 담즙산이나 뼈 건강에 중요한 비타민 d를 만드는 데도 꼭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콜레스테롤은 기름 성분이라 물인 혈액에 섞일 수 없어, 혈관을 타고 이동하기 위해 단백질 운반체인 '지단백'에 실려 이동한다. 이 지단백이 어디로 가느냐에 따라 이름과 역할이 달라진다.
ldl(저밀도 지단백) 콜레스테롤은 간에서 만들어진 콜레스테롤을 온몸에 배달한다. 문제는 혈액 속에 ldl 콜레스테롤이 과다하면 혈관 벽에 쌓여, 혈관을 좁고 딱딱하게 만드는 동맥경화의 주범이 된다. 따라서 '나쁜 콜레스테롤'로 불린다.
반면 hdl(고밀도 지단백) 콜레스테롤은 조직이나 혈관 벽에 쌓인 여분의 콜레스테롤을 수거해 간으로 다시 가져간다. 간으로 돌아온 콜레스테롤은 분해되어 몸 밖으로 배출된다. 이 때문에문에 hdl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을수록 동맥경화를 예방해 '좋은 콜레스테롤'이라고 불린다.
흡연·음주·내장지방, '좋은 콜레스테롤' 낮춰 혈관 건강 위협
문제는 콜레스테롤의 균형이 깨졌을 때 발생한다. ldl 콜레스테롤이나 중성지방 수치가 높거나, hdl 콜레스테롤이 너무 낮으면 '이상지질혈증'으로 진단된다.
특히 hdl 수치가 남성은 40mg/㎗ 미만, 여성은 50mg/㎗ 미만일 때 '저 hdl 콜레스테롤혈증'이라고 부른다. 질병관리청 국민건강영양조사(2016~2020)에 따르면 성인 남성의 24.3%, 여성의 34.6%가 이에 해당한다.
여성의 기준치가 더 높게 설정된 이유는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hdl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이는 효과가 있어, 폐경 전 여성은 남성보다 hdl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게 유지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남성과 동일한 기준인 40mg/㎗ 미만으로 평가하면 여성의 유병률은 9.1%로 현저히 낮아진다.
남성은 통계적으로 흡연율과 음주율이 높은데, 흡연과 음주는 hdl 콜레스테롤을 감소시키는 주요 요인이다. 조용인 교수는 "잦은 음주와 고열량 안주 섭취는 체내 중성지방을 높이고, 이로 인해 hdl 콜레스테롤이 더 빨리 분해되어 수치가 낮아진다"며 "특히 내장지방은 인슐린 저항성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어 중성지방 수치는 높아지는 반면 hdl 콜레스테롤 수치는 낮아진다"고 강조했다.
저 hdl 콜레스테롤혈증은 특별한 자각 증상이 없다. 하지만 hdl 콜레스테롤이 부족하면 혈관 벽의 노폐물을 제대로 청소하지 못해 혈관이 좁고 딱딱해지는 죽상동맥경화증이 가속화되고, 결국 심뇌혈관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증상이 없더라도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수치를 확인하고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좋은 콜레스테롤 올리기 어려워…'체중 관리'부터 시작해야
hdl 콜레스테롤을 높이는 것은 ldl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것보다 훨씬 어렵다. ldl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약물은 이미 개발되어 있지만, hdl 콜레스테롤을 효과적으로 높이는 약물은 아직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식습관과 생활습관 개선으로 hdl 콜레스테롤 수치를 관리해야 한다.
특히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한 음식이 도움이 된다. 불포화지방산은 혈액 속 노폐물을 흡착해 몸 밖으로 배출하는 역할을 하는 혈관 건강에 이로운 지방으로, 고등어와 연어 같은 등푸른생선, 호두, 아몬드 같은 견과류, 올리브유와 아보카도 등에 함유되어 있다. 콩류에는 식이섬유와 레시틴은 물론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유사한 효과를 내는 아이소플라본이 풍부해 hdl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반면에 트랜스지방과 단순당은 이상지질혈증을 악화시킬 수 있어 섭취량을 조절해야 한다.
조용인 교수는 "불포화지방산과 같은 특정 영양소가 풍부한 음식을 먹는 것도 좋지만, 전체적인 '체중 관리'를 통해 인슐린 저항성이 개선되면 자연스럽게 hdl 콜레스테롤 수치가 상승할 수 있다"며 "식습관과 운동을 통한 생활 습관을 관리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빠르게 걷기, 조깅, 수영과 같은 유산소 운동을 주 3~5회, 하루 30분 이상 꾸준히 실천하면 중성지방은 낮추고, hdl 콜레스테롤 수치를 올리는 데 도움이 된다. 금연과 절주 또한 필수적이다.
'평생 복용' 부담에 약물 치료 미루다 혈관 손상 키워
식사와 운동만으로 콜레스테롤 수치가 조절되지 않거나, 이미 심뇌혈관 질환 위험이 높은 경우에는 반드시 약물 치료를 병행해야 한다.
가장 기본이 되는 약물은 '스타틴(statin)' 계열로, 간에서 콜레스테롤이 합성되는 것을 차단해 ldl 콜레스테롤을 강력하게 낮춰준다.
중성지방이 너무 높은 경우에는 급성 췌장염의 원인이 될 수 있어 피브레이트(fibrate)나 오메가-3 등의 약물로 중성지방 수치를 조절해야 한다.
조용인 교수는 "약물 치료는 한 번 시작하면 평생 먹어야 한다는 부담 때문에 미루시는 분들이 많다"며 "그러나 스타틴은 심혈관질환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혈관 영양제'라고 생각하고, 복용해 혈관 건강을 관리하시길 권장한다"고 강조했다.